[글마당] 개천에서 묻다
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 있었다고, 그때 개천은 장엄이었다고, 개천이 점점 사라지고 개천에서 살던 용은 아예 멸종했다고 그가 말할 때 나는 왜 개천이 용을 버렸다고 생각했을까 용이 되려는 생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 치타의 속력으로 달리고 사자의 갈기처럼 욕망을 휘날리고도 그 사람 여전히 이무기로 남아있다 어느 봄날 휘날리던 꽃잎 가벼울수록, 가볍게 날아가는 생각을 지켜보며 생의 이면, 그 이면의 은은한 채색을 전해 준 걸까 비상을 하겠다는 새끼용들 많아질수록 물은 더 흐려지고 피라미들은 숨조차 쉴 수가 없어 개천은 일급수를 자처하며 용을 힘껏 밀어버렸는지도 피라미들끼리 물장구나 치며 신나게 흐르기로 다짐한 건 아닐까 조성자 / 시인·뉴저지글마당 개천 그때 개천